지민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영어, 심지어 과학까지 선행학습을 통해 이미 중학생 수준의 내용을 익혔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너무 쉬워서 지루할 정도였다. 언제나 수업 시간에는 자신이 아는 것을 뽐내며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가곤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부모님은 지민이가 언제나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해외 근무 발령으로 지민이는 외국의 작은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학교 생활은 지민이에게 많은 기대와 불안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친구들보다 앞서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학 첫날, 지민이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질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어 대답했다. 선생님은 놀랐지만, 미소를 지으며 지민이를 칭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민이의 행동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민이는 너무 많은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수업 시간마다 혼자만의 발표로 다른 학생들이 참여할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
며칠 뒤, 학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민이의 부모님 되시죠? 저희가 고민 끝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지민이가 너무 많은 내용을 미리 알고 있어서, 수업시간에 다른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를 뺏고 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논의한 끝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선 일주일간 학교에 나오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지민이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해 온 지식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켰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 다시 나가야 할 때가 되었을 때, 지민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두려웠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 지민이는 조용히 수업을 듣기로 했다. 더 이상 나서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는지 관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 함께 문제를 풀고, 틀리면 서로 도와가며 다시 도전했다. 무엇보다도, 그 과정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민이는 자신이 놓치고 있던 무언가가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즈음, 문학 수업에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지민이는 이 소설의 저자와 주요 해석 포인트를 모두 외우고 있었기에 자신만만했다. "흰 고래는 인간의 집착과 비극을 상징하고, 에이해브 선장은 그 집착의 화신이지." 그는 속으로 이미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예상 밖의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모비 딕'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각자 자신만의 해석을 나눠봅시다."
지민이는 당황했다. 그는 이 소설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학원에서 배운 해석을 외워서 답을 맞히기 위해 준비해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달랐다. 한 학생은 에이해브 선장을 현대 사회의 권력 중독자에 비유하며, 그의 파멸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흰 고래를 자연의 힘으로 해석하며,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무모함에 대해 논의했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흰 고래를 자신의 두려움과 상처로 해석하며, 소설을 통해 느낀 감정을 나눴다.
지민이는 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이 소설을 읽으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저 암기한 내용을 반복할 뿐이었다. 친구들은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냈고, 이를 자신의 인생과 사회에 적용해 생각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지민이는 도서관에 가서 '모비 딕'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는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이야기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는 소설의 구절구절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제야 지민이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단편적인 지식만을 쌓아왔는지, 그리고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암기하고 문제를 맞히는 것에만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그는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고, 함께 배우는 기쁨을 나누며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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